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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정확히 6시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에서 바이크를 타고 출발해서,

중간에 이곳 저곳 들리면서 놀다가 대전에 밤 10시에 도착했다.

어제는 택배로 보낸 짐을 전부 정리하는데 하루를 다 소모하고,

일요일인 오늘은 아버지께서 쉬시는 날이라 아버지와 함께 버섯따러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산으로 갔다.

대전 보문산 뒤쪽은 산이 매우 많은데, 산 속 깊은 곳으로 가야 버섯이 있기 때문에 조금 깊숙히 들어갔다.

그런데 운전경력 40년인 아버지가 차량을 주차하다가 밭에있는 거대한 돌에 후방 기어오일 탱크가 끼임.

바퀴가 공중에 떠서 헛돌아서 못빠져나오다가 아버지랑 같이 쟉키로 차체를 띄운 후에 바퀴 밑에 돌을 껴놓고

간신히 탈출.

장화신고 청바지입고 밀짚모자쓰고 장갑끼고 낫들고 가방들고 본격적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조금 걸어가서 산 입구쪽에 가니, 거기 주차되어있는 차량 번호가 4444

그런데 산 쪽으로 조금 들어가보니 원래 있던 입구가 까만 천으로 막혀있음.

이 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신호인가보다. 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서 다른 산으로 갔다.

그런데, 비가 안온지 2주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버섯따러 많이 돌아다닌 것도 있고,

버섯들이 자라기 쉽지않은(자랐어도 말라 비틀어졌을)상황이라 버섯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 까, 버섯이 무지 많았다던 그 산에는 버섯은 보이지 않았고, 간혹 버섯이 모여있는 곳을 찾았어도 말라있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버섯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아버지와 함께 더 깊은 산 속으로 표시를 하며 들어갔다.

산 속에서는 가면서 표시를 해 놓지 않으면 되돌아올 때 헤메게 된다.

한번 헤메면 동서남북 모두 산밖에 안보이는 곳이라 끝도 없이 헤멜 수가 있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려다보니 거의 절벽 수준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해서 무릎이랑 허리가 조금 아팠다.

정말 힘들군. 저번 달에 사고로 다친 왼쪽 무릎이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았나보다.

게다가 이 놈의 거미줄은 왜이리 많은지 몸 이곳저곳에 거미줄이 잔뜩 묻어버렸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거의 수직인 산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 다른루트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도 헤메기 쉬운데,

완전 다른 루트로 올라가서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건 무지 어려운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을 간신히 올라갔는데 원래의 루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 표식도 보이지 않고.

워낙 산등성이가 여러갈래로 나뉘기때문에, 그리고 산 속에서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떄문에 정신을 차리고 가도 헤메기 십상이다.

8시쯤 산에 들어왔는데 2시간 정도 헤메다가 가지고 온 바나나를 한송이씩 아버지와 먹고 다시 출발했다.



산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낀거지만 군대생각이 많이 났다.

강원도 인제 산 속에서 군 복무했던 나에게 이정도 산은 껌이었지만 전역하고 나서 2년 6개월정도가 지났었고,

계속 운동은 해줬다고 해도 체력이 그 때만큼은 아니었나보다. 힘들긴 힘들었다.

총이나 군장 대신 더 가벼운 낫과 가방이기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

그래도 어렸을 떄부터 아버지와 산을 많이 들락날락했기 때문에, 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아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 한 명 만나기 어려운 깊은 산 속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도 잘 안다.

물론 여기서는 죽을 일은 거의 없다. 계속 밑으로 내려가다보면 마을은 나온다.

다만 우리 차를 주차한 곳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고,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어려울 뿐.

우리의 목적지는 오직 하나. 차가 주차된 곳이다.

산에 들어올 때 주차 한 곳은, 어느 농장 바로 옆이었다.

그 농장은 수탉을 100여마리 정도 키우고 있었고, 또한 개도 몇마리 데리고 있었다.

산 속에서 수탉 울음소리와 개 울음소리가 같이 나는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주차한 곳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아침이 아니라 닭이 잘 울지도 않고, 낯선사람이 별로 없는 그 곳에서는 개도 잘 짖지 않는다.

울음소리가 들릴 때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다행히 표식을 찾아 헤메다가 그 중 하나를 발견해서, 어느정도 방향을 알 수 있었고,

그 이후에도 1시간정도 더 헤맸지만 아버지와 나는 결국 12시 반 쯤 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시간반정도 헤맸을 뿐인데 워낙 산길이 안좋아서 그런지 아버지와 나 둘다 녹초가 되었다.

버섯은 많이는 못땄지만 그래도 완전 허탕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싸리버섯을 포함해서 영지버섯이랑 기타 등등 버섯을 어느정도 따왔다.

난 버섯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송이버섯을 포함해서, 팽이버섯, 싸리버섯을 특히 좋아한다.

표고랑 느타리는 그다지....

다만 내가 고등학교 떄, 아버지께서 버섯을 따오셨는데 독버섯이 몇개 섞여있어서

아버지, 어머니, 나, 고모 모두 버섯전골 끓여먹고 죽을뻔 한 적이 있어서

버섯을 먹을 때는 확실히 확인을 하고 먹는 버릇이 생겼다.

난 뭘 잘못먹어서 속이 아픈경우나, 어떤 병에 걸리는 경우는 5년에 한번 정도 있을까말까 할 정도로 몸이 튼튼한데,

그 때는 독버섯님 덕분에 일주일이나 배를 앓았었다.

많이 먹은 아버지랑 고모는 병원에 입원.

어쨌든 산에서 벗어나고나서 보문산 뒤 쪽에서 막걸리와 함께 부추두부를 먹었다.

두부시키면 김치랑 같이 나왔는데, 아버지가 자주 가는 곳이라는 그 식당은 두부 가운데에

부추와 매운고추, 파, 양파, 고춧가루, 기름, 간장을 섞어서 잔뜩 쌓아서 주셨는데

부추와 먹는 두부는, 김치와 먹는 두부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막걸리도 맛있었고, 두부도 맛있었다. 배고픈 상태에서 먹어서 더 맛있었는 듯.

뭐, 힘들긴 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한 재미있는 버섯모험이었다.


by 카멜리온 2011. 9. 4.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