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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산에 가서 아이모리 쉐프님을 뵈었다.

 

식사를 하며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이야기가 끝난 후, 아이모리 쉐프님께서 괜찮은 카페가 있다고 하셔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 카페는 이전에 아이모리가 있던 곳 근처의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꽤 역사가 긴 듯한 빵집이 1층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빨간 계통의 색을 띤 커다란 상가건물이었다.

 

오래된 듯한 이 상가건물의 입구로 들어서서 모서리가 닳아버린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발을 딛자마자 정면에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철제문을 삐거덕 열고 들어갔는데,

 

그곳이 바로 한양대 앞 카페 '올데이 디저트 All day dessert'이었다.

 

 

 

그 곳에서 먹은 레몬케이크.

 

아이모리 쉐프님이 포슬포슬거리는 약간 파운드같은 식감을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이 올데이 디저트의 케이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딱 그런 식감의 케이크였다.

 

올데이 디저트는 네다섯종류의 케이크를 준비해놓고 음료와 함께 판매하고 있었으며 테이블은 5개 정도 구비되어 있었고, 두 분이서 운영하고 있는 듯 했다.

 

 

당근케이크나 레드벨벳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포슬포슬한 파운드 식감의 케이크 사이에는, 레몬 크림이 꽤 실하게 샌드되어있었는데 신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새콤달콤한 맛의 균형이 적절했다.

 

케이크 위 쪽에는 레몬 글레이즈같은걸로 한번 얇게 코팅이 되어있었으며 그 위에 크림을 올린 형태.

 

이름 그대로 전체적으로 매우 레몬레몬한 케이크였는데, 위크엔드나 레몬마들렌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온 직후인데도 매우 맛있어서 아이모리 쉐프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다 먹어버릴 정도였다.

 

아이모리 쉐프님과의 제빵업계에 대한 긴 대화에서 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몇초간 정적이 흐르는 와중에 쉐프님께서 올데이 디저트와 이 레몬 케이크에 대하여 운을 떼셨다.

 

 

 

 

'예전에는 실무경력 없이 그냥 가게 오픈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의견이었지만 최근, 이런 올데이 디저트같은 곳들을 보고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바뀌셨냐는 나의 물음에 쉐프님은 다시 자세를 가볍게 고쳐잡고 말을 이어나가셨다.

 

 

 

 

'예전에는 실제로 근무를 몇년 간 해보고, 기술을 배워서 어느정도 틀이 갖춰지면 그 때 되어서야 가게를 오픈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올데이 디저트. 여기 이 두 분은 디자이너 일 하시다가 이 카페를 연거거든요.

 

 

여기 인테리어도 다 이분들이 직접 하신거예요. 그리고 이 케이크도 자신들이 만든 거구요. 제가 여길 자주 오는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맛이 조금씩 바뀌어 왔어요.

 

 

확실한 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계속 조금씩 수정해나가며 맛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려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계속 맛이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점점 더 맛있어져요. 실제로 좀 어떠세요? 맛 괜찮지 않나요?

 

 

그래서 최근에는.... 몇년 간의 수련을 거쳐 자신의 스킬을 갖춘 후에 오픈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오픈한 뒤에 이렇게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게끔 되었네요.'

 

 

 

아이모리 쉐프님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다.

 

사실은 나 또한 이제까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매장을 오픈하려면, 그 업종에서 최소 2년은 일해보고 그 업종 자체의 특성과 시스템에 대해 알고나서 해야한다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폐업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한번이라도 해본 것과, 한번도 안해본 것에 대한 태도는 천지차이로 극명하게 갈린다.

 

한번이라도 해본 것이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덤벼볼 수 있는데, 한번이라도 해보지 않은 것이면 무지에 의한 두려움이 앞서게 되고 실패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다.

 

이것은 '한번도 해보지 않음'과 '한번이라도 해봄'의 대결이 아닌, 횟수의 문제이기에 많이 해볼 수록 더더욱 큰차이가 발생한다.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기술을 요하고 어떠한 인적자원을 써야하는지 등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것과 그다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엄청난 결과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업장 경험없이 베이킹클래스 몇개 듣고 가게를 오픈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허나 아이모리 쉐프님은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신다는 것이었다.

 

우리처럼 10년 전후로 업장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단점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예를 들면,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고 각종 노하우와 숙련숙달되고 폭넓은 기술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하나의 '틀'을 만들어버리고, 기술자는 그러한 틀 안에 갇혀버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고정관념없이 계속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시험하여 더 나은 제품으로 수정을 거듭해나가는 것. 이것이 기술이 부족해도 오픈하여 조금씩 제품을 수정해나가는 사람들의 장점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하려한다면, 자신의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애정을 쏟으면 기술의 습득 유무는 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

 

오히려 요새는 이러한 곳들이 부럽다고 하시며 말씀을 끝맺으셨다.

 

 

 

확실히... 기존의 빵집들 중에 변화없이 계속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고 연구개발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곳이 꽤 많은데,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도태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 속에서, 변화와 혁신없이 멈춰서있는 것은 현상유지가 아닌 '퇴보'라고 생각한다.

 

아이모리 쉐프님과의 대화에서 다시 한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기계발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또한, 요근래들어 날 머리싸매고 고민하게 한 '만족할만큼의 기술이 갖춰져야 하는 상황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답도 찾게 되었다.

 

미리 세워놓은 계획을 하나하나 클리어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융통성있게 행동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앞 카페, 올데이 디저트에 들어선지 3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아이모리쉐프님과의 유익한 대담시간을 끝마치게 되었다.

 

 

 

by 카멜리온 2017. 3. 14. 21:09